도서정보

제목 : 이상한 남자 - 하요아 미스터리 단편선
저자 : 하요아	등록일 : 2017-11-14
출판사 : 낭추	출판일 : 2016-09-20
공급사 : 우리전자책	지원기기:

형태

XML

용량

356k

대출현황

대출가능

예약현황

예약 (0)

작품 소개

<책 속으로>

“저, 여자가 사고 싶어서…….”
수론은 웃음이 나오는 걸 참고 으레 그렇듯 인상을 쓰며 기다렸다.
“저, 그거 하는 곳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그거?”
수론은 눈만 한 번 스윽 움직였다. 함정 수사는 아닌 듯했다. 딱 보니 등골을 긁어먹는 마누라에게 한 번 빨리지도 못하고 돈만 갖다 바치는 머저리였다. 그가 제시하기도 전에 남자는 딱 그 정도의 돈을 내밀었다. 그러다가 뭔가가 툭 떨어졌다. 명함? 수론은 코웃음을 치고는 옆으로 비켜 주었다.
“빼고 오세요.”
“예, 감사합니다.”
그 얼탱이 없는 말에 수론은 남자의 뒷모습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수론은 여느 때처럼 시시껄렁한 잡배들을 계속해서 들이 보냈다. 어처구니없게도 고개 숙인 남자의 전형 꼴인 그 회사원이 생각나서 멍청한 미소를 띠게 되었다. 백 년 만에 만나는 재밌는 얼간이였다.
문득 발밑의 명함이 신경 쓰였다. 끝 부분에 발자국이 찍혀 있는 걸 가만 보다가 홀린 듯 손에 쥐었다. 앞장을 보았다. 사내의 사진과 부서,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가만 그것을 들여다보는데 순간 그의 낯빛이 달라졌다. 왜 나오지 않고 있는 걸까? 모자란 몰골에 현혹당해서 당연한 걸 모르고 있었다. 마침 똘마니가 걸어 들어왔다.
“어이.” 하고 불러 집을 지키게 두고 그는 확인 차 들어갔다. 계단을 밟고 올라갈 때부터 불온한 감정에 휩싸였다. 기분에 불과했지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계단 손잡이가 이상하게 매끄러웠다. 계단을 돌아 나가자 뭔가 후각을 자극하는 묘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LED 조명의 어두컴컴한 복도를 타고 흐르는 이상 기후가 그를 잠시 멈춰 세웠다.
몇 걸음 가지 못했다. 찡하고 조명이 나갔다 다시 들어오자 재차 걸음을 떼었다. 복도를 지키고 있어야 할 가드들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같이 오줌통이 박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이것들이 직업 정신을 버리고 변기통에 처박혀서 개 흉내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배에 힘이 들어갔고 쌍욕을 하며 하나밖에 없는 화장실 문을 발로 찼다. 즉시 불쾌한 덩어리가 콧구멍을 들쑤셨다. 목까지 막혔을 정도였다. 그는 문을 때리며 물러났다. 기름 덩어리 같은 것이 온통 칠갑이 되어 있었고 끈적끈적하게 변기와 타일에 엉켜 있었다. 곳곳에 장발이 뿌려져 있었다. 강제로 뽑힌 모발이었다.
눈에 피가 차는 기분이었다. 머리끝에서 피가 한정 없이 떨어져 내리는 느낌이지만 온도만큼은 절정이었다. 욕은 있는 대로 나오는데 손발은 잠시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구토를 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손에 쌓인 것을 뿌리고 들개처럼 으르렁거리며 눈앞의 문을 왈칵 열어젖혔다.
문을 열자마자 꺅하는 비명 소리가 들려 다시 닫았다. 옅은 시야지만 헐벗은 두 개의 온전한 잔영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문을 열었다.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에 들어서는 망설이게 되었다가 확 열었다. 그는 뒷걸음질 쳤다. 좌우로 벌어진 두개골 밖으로 함몰된 뇌를 꺼내놓은 여성의 시체 때문이었다. 머리가죽에 촘촘히 박혀 있는 머리카락에 빨간 모조 보석 같은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 다리는 엇갈리게 벌어져 있고 두 팔은 각각 침대와 바닥에 걸치고 있었다. 가녀린 오른쪽 손가락은 바깥쪽으로 심하게 꺾여 있었다. 두 개는 허벅지 옆에 떨어져 있었다.
그다음부터 수론은 미친 듯이 방문을 열었다. 꺅! 꺅! 비명도 제각각이었다. 어떤 놈은 거칠게 항의를 했다. “이 씨발!” 하고 또 문을 열었다. 순식간에 물밑 듯 밀려오는 악의 기운에 현기증이 났다. 아까 그 중년의 남자가 한쪽 손으로 안경을 밀어 올리는 자세로 손도끼를 치켜들고 있었다. 대체 뭘 요구했던지 알몸 상태로 하이힐과 브래지어만 착용한 창녀가, 까무잡잡한 사지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나요?”
중년 남자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부드럽게 물었다. 손가락 모양의 핏자국이 남은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아주 힘든 작업을 하고 있다는 듯 인상 좋게 웃으면서 팔꿈치로 자신의 턱을 쓸었다.
“얼마를 더 내야 되죠? 이 아가씨는 좀 마음에 드는데, 얼마를 내야 해요?”
“너 이 씨발…… 뭐 하는, 이 씨발 이거……!”

저자 소개

하요아(저자) : 제8회 디지털작가상에서 『나는 아직도 살아 있다』 외 두 편으로 우수상을 받았고, 예스24에서 동 소설을 『나는 존재한다』라는 제목으로 연재 중에 있습니다. 북팔에서 『촛불 너머 어둠을 보라』, 『블랙』 등을 연재하였고, 다섯 개의 필명으로 『루돌프랜드』 등 다수의 전자책을 냈습니다. 웹진 크로스로드에서 『조타수 kk는 복귀하라』를 발표했고, 지금도 다양한 글을 쓰고 있으며 언제나 바뀌지 않는 따뜻한 볕 아래에 있고 싶은 사람입니다.

도서정보

작품 소개

저자 소개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