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보

제목 : 솔베이지의 미상
저자 : 김영진	등록일 : 2023-02-07
출판사 : e퍼플	출판일 : 2022-12-01
공급사 : 우리전자책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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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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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요즘 들어 부쩍 새벽잠이 줄었다. 나이가 먹어가는 증거다. 스마트폰을 켜보니 다섯 시. 더듬더듬 머리맡을 뒤적여도 제 자리에 있어야 할 생수병이 잡히지 않는다. 영역 안에 언제나처럼 자리해야 할 사물이 없다는 것. 세상의 모든 만물은 의지대로 미세하게, 때론 의지와 무관하게 운동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살아 움직여도 사유의 끄트머리는 언제나 제자리를 맴도는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유쾌하지 않다. 주정뱅이가 새로 이사 간 제집을 찾지 못할 때처럼. 낯익은 책상 위 책꽂이에는 대학시절 즐겨 모았던 책들이 크기별로 빼곡히 꽂혀 있었다. 시야는 어둠을 싸리빗질하듯 지우고 오감이 차츰 익숙해지자 깨달았다. 이집은 내 집이 아니다. 미간이 몰리고 짜증이 밀려왔다.
‘또 여기에 와버렸네’
주량도 남은 인생과 비례하는 것 같다. 어제 술자리는 그냥 그랬고, 먹은 양도 평소 주량에 턱없이 부족했었다. 술이 도를 넘어섰을 때 습관처럼 이 집에 오곤 해서 후회를 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어제처럼 그 정도 양에 이렇게 망가져 버린 나를 자책했다.
주방에는 반바지 차림에 유난히 목이 긴 여자가 균형감 있는 하체를 가지런히 모으고 메트로놈처럼 영혼 없는 칼질을 하고 있었다. 웨이브 진 머리 곳곳에 삐죽 내밀고 있는 머리꼬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금속성 물질의 예리한 칼 맛을 못 봤는지를 알려줬다. 그래도 어깨 윗선에서 멈춘 단발머리가 그것과는 무관하게 단정한 성격임을 보여주는 듯 했다. 여자의 목이 길어 보인 이유는 아마도 단발머리라서 그런 줄 모르겠다.

저자 소개

김영진(저자) : 1968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하였다.
서울시립대 무역학과와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석사)을 졸업하였다.
건설회사에서 25년간 근무하였다.
근무 당시 국내에서는 개발사업을 주로 담당하였고,
해외에서는 아프리카 두 개 나라에서 여러 업무를 담당하였다.
현재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출간도서로는 소설 ‘솔베이지의 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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